5년차에 이른 지역사회기반 생애주기별 여성건강관리사업 소개 (김정우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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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8-03-05 12:51 조회 1,426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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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주기별 여성건강관리사업 모니터링 소개
김정우(사회건강연구소 회원)
연구소는 올해 5년째 서울시의 자치구와 함께 지역사회 참여형 여성건강관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특징은 기존의 탑-다운 방식의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추는 전통적인 보건사업과는 달리 주민의 참여를 핵심가치로 하여, 주민들이 스스로 욕구를 자각하고,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천하는데 있다. 여기서 연구소는 모니터링단으로 사업에 참여하며, 이 사업을 수행하는 각 자치구의 각종 자문 및 모니터링, 자원 연계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자치구와 모니터링단의 예산은 서울시가 지원하고 있다.
2016년 현재 사업을 수행하는 자치구는 총 7개구인데, 그 중 3곳이 전통시장의 여성상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 건강관리 사업의 대상으로 전통시장 상인, 그것도 여성상인을 주목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전통시장의 여성상인은 장시간의 노동, 그리고 그 후에도 더 이어지는 가사노동, 시장의 물리적 환경의 열악함, 진상 손님으로 인한 감정노동, 낮은 수입 등 각종 건강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 이처럼 위험요인을 안고 있으면서도 건강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전통시장의 여성 상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3개 자치구(영등포구, 마포구, 동대문구)의 각각의 사업들은 공통적인 부분도 있으면서 각각의 차이가 있다. 각 자치구별 시장 현황과 사업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영등포구>
영등포구 시장은 마포구의 망원시장처럼 소규모이면서 지역주민들이 주로 고객으로 오는 곳도 아니고, 동대문구 경동시장처럼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면서 고객이 전국에서 방문하는 상황과도 달랐다. 영등포 시장은 대규모 상권이 형성되는 것을 막지 못함으로써 주변에 거대자본의 상권이 존재하고 있고, 과거의 화려했던 명성과는 다르게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인들이 주로 일하고 있다. 또한 영등포시장의 일부는 재개발지역이 되었고, 물리적 환경 또한 좋지 않아 고객 유치에 실패하고 있어, 향후 시장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상인들의 고민이 깊어지며 정신건강도 나빠지고 있다.
영등포 시장의 여성건강 상인의 건강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영등포 보건소와 영등포 여성회가 주축이 되고, 지역의 마을공동체 관련 단체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작년부터 사업을 시작하였다. 첫 해에는 주로 시장과 관계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시장 상황과 상인들을 이해하고, 사업을 홍보하며,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영등포 시장은 첫 해에 내실 있게 실태조사를 마쳤다. 실태조사 결과, 시장 상인들이 고령화 되어 있고, 점포와 노점간의 갈등이 많으며, 월평균 가구소득이 100만원 미만으로 다른 시장에 비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하루 근로시간은 12-13시간 가량 되고, 여기에 가사노동시간은 여성이 남성보다 4배 정도 많이 하고 있어 여가나 건강관리 시간을 가지기 어려운 구조이다. 시장 환경 역시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겨울의 한기, 환기가 되지 않는 탁한 공기나 지저분한 환경, 무거운 물건을 나를 때의 육체적 힘듦 등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응답하였고, 전반적으로 시장이미지 개선을 통한 시장 활성화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크게 주민조직화를 위한 건강소모임 활동, 전통시장 활성화, 서비스 디자인을 통한 환경 개선 사업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그리하여 노래교실과 요가교실을 진행하고 있고, 소모임 시간에 자신의 건강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시장의 건강 원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러나 올해 5월 초 상인회장 선거로 인해 전통시장 활성화, 환경 개선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게다가 선거 결과, 작년에 함께 사업을 진행했던 상인회와 갈등 관계에 있던 상인이 회장이 되었고, 새로운 상인회에서는 이 사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봤기 때문에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더욱 어려웠다. 작년 영등포시장 사업에서 이미 마을사업을 하고 있는 조직들이 함께 협의체를 구성하고, 행정체계간의 협업 역시 잘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비록 시장 상황은 어렵지만 향후에 긍정적인 사업 전망을 하였다. 하지만 역시 주민들과 다양한 이해관계자 등 여러 주체들이 참여하는 사업이다 보니 생각지 못한 역동들이 있고,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현재는 다행히도 새로운 상인회와 대화를 통해 이 사업의 필요성과 무엇을 하는 것인지 논의가 된 상태이다, 향후에는 지도 만들기 사업 등을 함께 진행함으로써 전통시장 활성화를 꾀하면서 상인들 조직화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영등포 시장 사업은 시장 상인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조건과 여성 상인들이 경험하는 건강 문제에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동대문구>
동대문구의 경동시장은 오래된 전통시장으로 지역과 밀착되어 있지 않고 분리되어 있는 집적시장이다. 경동시장의 상인들 역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고, 이로 인해 근골격계 질환이 만연했으며, 상인들의 연령이 높아 뇌심혈관계 질환 역시 심각했다. 또한 경동시장 상인들 역시 ‘시장침체’를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지만, 절대적인 수입이 부족한 영등포시장과는 차이가 있었다. 수입이 문제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오지 않는 상가의 ‘분위기’가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경동시장이 영등포시장 및 망원시장과 다른 점은 관리사무소가 주식회사 형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리사무소가 실질적으로 상인들을 위해 제공하는 관리 서비스가 좋지 못한 상황이다. 또 현재 경동시장에는 등록된 상인회가 없이 상주연합회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상주연합회는 상인회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상인회로 등록되지 않아 정부 사업을 하는 데 제약이 있으며, 관리사무소에서는 상인회 등록에 대해 경계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동시장에서 사업을 진행한 것은 올해가 4년째로, 지역사회 참여형 여성건강 사업 중 최초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한 곳이다. 첫 해, 2013년에는 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설문조사를 통해 기초 현황을 파악하였고, 2014년부터는 지역 활동가가 투입이 되어 모둠조 활동과 건강증진을 위한 사업들을 조금씩 시작하였다. 2015년에는 시장상인의 건강 문제의 근본적 원인에 주목한 건강한 시장 만들기를 목표로 모둠조 활동을 활성화하고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모색하고자 하였다.
2016년 올해에는 활기찬 시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을 했다. 복날에 시장 탐방단을 기획해 사람들을 끌어 모아 경동시장 순례하며 인삼, 도라지 고르는 법 등을 알려주며 자연스럽게 상품 소개를 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또한 시장 상인뿐만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 하기 위한 주민 모니터링단을 모집하기도 했다. 시장의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연구소에서 연계해준 연구기관과 함께 도라지 상가의 흙먼지와 근골격계 질환완화를 위한 예비조사를 실시하고, 상인들로 구성된 문제해결단을 통해 향후의 진행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전문가가 측정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직접 참여하면서 문제해결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주민참여형 건강사업으로서 의미가 있다. 끝으로, 경동시장은 시장 내의 점포와 노점 간의 갈등이 특히 심각한데, 상인 간의 갈등을 중재를 하는 것 역시 사업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마포구>
마포구의 망원시장은 동대문구 경동시장과는 다르게 지역에 밀착되어 있는 소규모 시장이다. 또한 영등포시장 상인과 다르게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다. 망원시장에도 영등포시장과 같이 지역에 대형마트가 들어왔지만, 상인들이 상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여 타협을 이끌어냈던 특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망원시장은 올해 사업 3년차를 맞이했다. 첫 해에는 협의체 활동 및 사업 진행이 원활하지 못했고, 실태조사 또한 충분치 못했다. 그러나 2년차에는 사업을 위한 협의체 활동이 안정적으로 진행 되었고, 실태조사를 다시 실시하였으며,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노력하여 상인회 사무실을 비롯해 카페 공간을 새로 확보하면서 실제 사업을 위한 구심점을 잡았다.
작년의 실태조사 결과 상인들의 건강문제가 크게 두 가지 문제로 압축되었는데, 하나는 감정노동이고 다른 하나는 근골격계 질환이었다. 따라서 올해는 주로 이 두 가지에 주목하고 있다. 먼저 감정노동과 관련해서는 시장 상인들에게 사회적 지지를 줄 수 있는 단골들을 발굴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노력과 더불어 소비자의 인식전환을 위한 캠페인을 하고자 한다. 근골격계 질환과 관련해서는 대학 연구팀과 연계하여 작업유해요인을 조사하였고, 이에 대한 토론회를 거쳐 향후 ‘(가칭)전통시장안전보건조례’를 추진할 예정이다. 상인들의 근골격계 질환이 심각한 것은 개인의 안 좋은 습관보다 그 습관이 나쁠 수밖에 없게 하는 환경 때문인데, 이 환경을 바꾸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공식적인 안전보건 시스템에서 배제되어 있는 상인들의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조례제정을 생각 중이다. 이러한 시도는 설령 조례 제정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상인들이 질환 발생의 물리적·사회적 문제를 의식하고, 스스로 실천하는 경험을 축적하는 기회가 되기에 상인들의 역량강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망원시장 근골격계질환 설명회 홍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