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직업?": 패션 디자이너의 노동 특성과 건강 문제(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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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5-01-05 19:41 조회 2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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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일상생활에서 매일 사용하는 필수품이자 계절과 유행을 가장 앞서 드러내는 소비재이다. 그런데 패션 디자이너의 노동 현실에 대해서는 학술연구나 노동안전보건운동에서 다루어진 적이 거의 전무하다. 본 연구는 그동안 거의 드러나지 않은 패션 디자이너의 노동에서 직업적 유해 요인과 관련된 건강 문제를 확인하고자 한 연구로서, 첫째, 패션 디자이너의 직업 세계와 작업 내용을 살펴보고 노동의 특성을 파악하며, 둘째, 패션 디자이너의 건강 상태와 건강 인식을 분석하여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연구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열 명의 현직 패션 디자이너를 만나 심층 면접을 진행하고, 관련 학술자료 및 통계, 산재 자료 등의 문헌을 검토하였다. 

 

조사 결과, 패션 디자이너들은 대개 성인이 되기 전부터 시각적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이 있어 일찍부터 디자인 계통의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했으나 패션업계에 발을 들인 후에는 높은 노동강도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기대와 다른 혹독한 현실을 마주했다. 개별 사업장에서의 작업 범위와 노동조건에 차이가 있었으나 대체로 패션 디자이너들은 짧은 근속연수, 즉 잦은 이직 및 이탈을 보인다. 이는 주로 장시간 노동, 매출 압박, 체형과 외모에 대한 압력, 부족한 작업 공간 등의 문제 때문이다. 그러나 채용을 좌우할 정도로 평판이 중요한 데다,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노동자 조직이 없어 문제 개선이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과 관련해서는, 면접 참여자 전원이 과거 또는 현재 몸의 이상을 경험한 적이 있었으며 스트레스로 인해 다양한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신체질환 중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것은 옷 소재의 먼지로 인한 피부, 호흡기계 질환이었으며 중량있는 소재를 옮기거나 같은 자세로 오래 일하여 근골격계 질환이 생기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면접 참여자들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과로와 매출 압박 등으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적인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패션 디자이너의 노동과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장시간 노동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며, 특히 패션 디자이너를 비롯해 창작과 수정을 반복하는 성격의 일을 하는 경우 자칫 질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경향을 극복하고 적정 노동시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둘째, 기업 규모에 따른 노동조건의 차이가 건강의 결과로도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며 특히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을 위한 건강 지원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셋째, 직업과 정신건강의 관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며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근본적으로 조직문화와 업무을 개선하고 정신건강에 관한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상담 및 적절한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 넷째, 패션 디자이너들의 의견 개진을 위한 노동자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 다섯째, 패션 디자이너의 특성이 반영된 안전보건교육을 마련하고 작은 사업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건강 관련 콘텐츠 제작 및 배포가 필요하다. 향후 본격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패션 디자이너의 노동과 건강 실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직업과 관련한 건강 문제를 탐구하여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영역으로의 확대 및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고민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