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와 건강 연속 포럼] 1차 "한부모가구 건강제약 요인의 젠더 분석 :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에 대한 비판적 검토" (2023.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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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3-06-20 17:26 조회 791회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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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와 건강” 연속포럼의 첫번째 포럼이 “한부모가구 건강제약요인의 젠더분석 ;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에 대한 비판적 검토”라는 주제로 3월 16일 목요일 저녁에 열렸습니다.
이 발표는 “한부모 가족의 건강과 자기돌봄 제약 요인 탐색연구(허현희,성정숙 2022)”의 연구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루어졌으며, 허현희 박사가 발표를, 성정숙 박사가 사회를 맡았습니다. 10명이 함께 한 작은 규모의 포럼이었지만, 진행되는 시간 내내 진지하게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에서의 젠더의 영향력을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허현희 박사는 발표에서 건강과 자기돌봄에 관한 인식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한 실천에서도 성별 차이가 크다는 것을 지적하며, 젠더 분석을 통해 건강에서 성별 차이를 구조화하는 사회적 결정요인에 관한 논의를 다음과 같이 심층적으로 전개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질문과 논의를 함께 소개합니다.
한부모의 삶과 건강에 관한 선행연구가 다양한 맥락에서 성별 격차를 보고하고,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으로 젠더의 영향력을 고려하는 이론적 틀이 제안되었지만 적극적인 젠더분석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본 연구는 젠더화된 구조적 결정요인과 함께 차별적인 가치와 규범 등의 매개적 요인이 건강과 사회적 삶에 어떻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를 분석하였습니다. 여성과 남성 한부모 모두 생계부양과 자녀돌봄으로 자신의 건강을 제대로 돌볼 여유가 없어 아파도 참고 견디는 상황에 있으며, 특히 ‘건강한 남성성’을 규범화한 남성 한부모들은 건강 인식과 관리에 상대적으로 더 둔감했습니다.
한부모들은 모두 ‘정상 가족 프레임’ 속에서 ‘결함이 있는’ 가족으로 차별과 사회적 낙인을 받고 스트레스 수준이 높았으며, 특히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통제하고 성적 낙인을 찍는 현실이 그대로 반영되어 일상생활에서 가시적인 차별뿐만 아니라 사회 제도적으로 뿌리 깊은 차별을 경험하고 있었고, 남성 한부모는 직접적인 차별보다는 정상가족 프레임의 내면화로 자괴감과 죄책감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갇힌 보건의료시설 종사자들의 차별적인 태도가 여성 한부모들의 시의적절한 의료이용을 저해했으며, 의료보장제도의 보장성이 낮아 의료비의 과부담으로 적극적인 치료와 재활 계획을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불안정한 고용지위와 노동조건은 직접적으로 건강의 악화요인으로, ‘돌봄’의 조건을 제한하면서 매우 큰 영향을 미쳤는데, 노동 현장에서 골절부상 등 산재를 입은 경우가 많았지만, 이들 모두 의료비 부담뿐만 아니라 아플 때 일하지 못해 발생하는 생계비 부담, 자녀 돌봄 공백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일가정 양립이 불가능한 열악한 노동조건은 돌봄이 필요한 자녀를 제때 돌보지 못하게 하여 자녀의 건강에도 해를 끼쳤으며, 돌봄 병가를 인정받지 못해 해고당하거나, 치료를 미루면서 질병이 악화되어 노동시장 재진입에 실패하면서 만성 빈곤(chronic poverty)의 결과로 빠지기도 하였습니다.
한부모가 떠안는 돌봄 독박과 돌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의 부족 역시 치료나 건강관리를 어렵게 하고, 과중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초래했는데, 특히 전통적으로 돌봄역할에서 제외되어 있었기 때문에 독박육아를 해야 하는 남성 한부모에게 자녀양육은 그 자체로 신체적 고됨과 정신적 어려움을 제기하였습니다. 또한 코로나 대유행 상황은 한부모 가족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결정요인과 교차적으로 작용하면서 다중 취약성을 가중시켰는데, 한부모들은 직장 폐업, 보육 및 교육시설 폐쇄로 독박육아를 피하기 어려워 직장을 잃거나 경제적 타격으로 건강까지 악화되는 불리한 상황에 더 많이 노출되었습니다.
이렇게 한부모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결정요인을 분석해보니, ‘차별’, ‘노동’, ‘돌봄’ 즉, 한부모에 대한 차별과 사회적 낙인, 불안정한 고용지위와 열악한 노동조건, 독박육아와 지원체계의 미비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젠더분석에서 기존의 사회적 결정요인으로 제기된 고용, 사회서비스 미비, 차별로는 이 모두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노동의 문제는 ‘고용’으로 분석되어왔기 때문에 한부모에게 무거운 이중 부담이 되고 있는 돌봄노동 즉 사적 영역에서 부불노동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재생산노동(돌봄과 가사노동)은 단지 부가적인 사회서비스의 문제로 부차화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회적 결정 요인으로서 ‘노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기 위해서는 고용의 유급노동 뿐만 아니라 무급의 노동까지 분석틀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건강이슈에서 다차원적인 차별과 억압이 상호교차하는 사회적 구조요인을 제대로 분석하기위해서는 젠더 관점에서의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을 재구성하고, 이에 따른 젠더분석의 후속 연구가 필요합니다. 또한 그동안 간과되어온 재생산 노동을 인정하고, ‘보편적 양육자’를 지원하는 노동정,책을 강화하며, 한부모 가족이 경험하는 다층적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반차별 교육, 성평등 교육, 가족다양성 교육 등의 제도화와 비례보편적 접근을 통한 보건의료 공공성 확대 및 역량 강화가 시급하며, 젠더 관점의 건강교육을 통해 ‘헬스 리터러시(health literacy)’를 향상시켜 나가야 합니다.
질문 : 다양한 교육 사업 등을 제안해 주셨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사업의 주체는 누구인가요? 시, 구의 사회복지부에서 하는 건가요?
답변 : 지역보건차원에서 한다면 공적 영역에서는 보건소, 보건지소, 그리고 농촌의 경우는 건강생활지원센터 등 다양한 주체가 있습니다. 한부모를 인터뷰했을 때, 보건소를 이용하시는 분이 꽤 있으셨는데, 현재 보건소를 중심으로 대면, 비대면 교육이 있습니다. 지역의료보건기관이 건강교육을 주로 할 수 있지만,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사회복지기관에서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동복지센터, 드림스타트센터 등에서도 아동과 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을 시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간 영역에서도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생협, 환경단체, 여성단체 등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시민단체에서 건강지식을 나눌 수 있는 전문가와 함께 조인하여 건강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민간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한부모지원단체들과 연대해서 건강교육 프로그램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공적 영역에서는 여성가족부 소관으로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예산과 인력을 투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복지부뿐만 아니라 여성가족부에서도 이러한 사업을 미흡하게 다루고 있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 건강식품 호객행위가 많고 또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많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젠더 관점에서 건강교육과 정확한건강정보를 제공해주는 기회가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 모든 것을 다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데, 한부모 가족이 건강을 위해서 당사자가 느끼는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질적 자료로 우선순위 분석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영국에서는 co—designer 처럼 서비스참여자를 대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함께 마련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한국에서도 좋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답변 : 우선순위를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연구의 질적 자료로는 우선순위분석은 어렵기 때문에 다른 방법론으로 추후 연구로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질문 : 최근 코로나로 면담참여자를 구하는 게 어려워졌는데, 예를 들면 임신중지를 경험한 여성이나 코로나 위중증을 경험한 환자의 보호자를 면담할 때 스티그마가 강하니까 하고 싶어 하지 않거나 가족들이 말리는 상황이거든요. 연구참여자를 어떻게 섭외하셨는지 무척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사실 참여자와 공동협업(coproduction)을 하고 싶은데, 한국은 워라밸이 안되어 있어서 제안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영국에서 참여자 시민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나 대가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답변 : 영국에서는 연구비 신청단계부터 PPIE(public and patient involvement and engagement in research)가 강조되고 있어서 연구참여자가 어떤 개입과 어떤 기여를 했는지 서술하는 섹션이 따로 있고, 이 비용을 포함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한 연구자가 아닌 이들이 참여해서 연구비를 신청하게 되면 더 우호적인 결과가 나옵니다. 그리고 참여자에게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가이드라인이 있으며, 이 보상으로 인해서 정부의 소득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다양하게 보상할 것을 고려하여 제안하고 있습니다.
답변 : 연구보고서에 면접 섭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있습니다. 모집공고문을 냈는데,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서 한부모단체와 접촉해서 gatekeeper를 통한 눈덩이표집도 활용했습니다. 연구방법이 줌을 활용하는 것이었는데, 작년 여성한부모의 경우는 연령대가 있더라도 큰 어려움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남성 한부모의 경우는 그 점이 어려워서 인터뷰가 안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여성한부모는 실업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에 비해서 남성한부모는 일하는 시간에 쫓겨 1시간의 인터뷰 시간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어서 노동에서의 차이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연구결과에서도 일터노동, 유급노동만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으로 잡히고 비고용이지만 노동하고 있는 돌봄노동, 가사노동이 건강에 영향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요인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결정요인이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느낀 인터뷰였습니다.
질문 : 돌봄노동 제공자의 경우는 경제적 빈곤과 시간적 빈곤을 따로 교차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돌봄자로서의 빈곤은 물질적 빈곤뿐만 아니라 시간적 빈곤의 문제도 쟁점이어서요. 생산노동과 재생산노동을 함께 논의하고 있는 맥락과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녀를 낳아서 부모 도움을 받고 있는 세대로서 여성한부모, 남성한부모의 원부모와의 관계나 지원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 시간의 빈곤을 분석틀에서 교차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에서도 시간의 빈곤함이 “돌볼 시간이 없다”로 상황마다 많이 드러났는데, 사회적 요인의 분석틀에서 더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가족의 지원은 받고 있는 경우는 남성 한부모 한 분, 여성 한부모 두 분이었는데, 모두 생계를 책임지고 있어서 원가족과 동거를 하면서 돌봄을 지원받는 경우였습니다. 대부분은 거의 단절하고 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성가구주의 경우는 문란한 섹슈얼리티에 대한 낙인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었고, 부모나 형제자매의 비난도 아주 심해서 가족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지역을 벗어나온 경우였습니다. 다른 연구를 위한 인터뷰에서도 원가족 즉, 어머니가 정상가족프레임에 강하게 포획되어 있는 사례가 많아서 한부모의 원가족 관계를 젠더 관점에서 더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섹슈얼리티에 대한 억압과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따른 차별이 대를 이어 지속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자 여성들은 차별을 뚫고 어떻게 앞으로 살 것인지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 지점이 남성 가구주들이 정상가족을 만들지 못해 자괴감을 드러내는 것과는 크게 달랐던 점이었습니다. 앞으로 정상가족 프레임과 섹슈얼리티의 억압에 기반한 차별을 타개해 나가는데 기여할 수 있는 추후 연구들이 더 많아지기를 고대하며 포럼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